AI 시대 교수법 개선이 꼭 필요한 이유
최근 대학 교육 현장에서 AI에 대한 관심과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 및 교수자들이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AI를 수업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활용 방침이나 실행지침 부족하여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AI 활용도는 높아졌지만 교수-학생 상호작용과 교수법을 혁신 속도는 여전히 더딘 현실입니다.
대학 교육에서 AI의 잠재력과 한계
AI 기술은 방대한 지식을 즉각적으로 제공하고 개인화된 학습을 가능하게 만들면서, 교육에 새로운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의 강의 중심 교육과 암기식 평가의 한계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국내 시험은 대부분 암기로도 가능하지만, 이제 학생들은 암기조차 하지 않고 AI를 통해 답을 추출하고 있다”라며, 평가 방식이 여전히 비판적 사고보다 정답 재생산에 머무르는 한 AI 활용은 부정적 순환을 반복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전통적 교수법이 놓치고 있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 훈련의 부재가 AI 시대에 더욱 도드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대학의 교수 문화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대학은 연구 실적 중심 평가와 보상이 주류였기 때문에 교수들이 교수법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문화에서는 새로운 AI 기술을 활용한 교수법 혁신이 중요함을 알면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교수–학생 상호작용을 활성화하지 못한 채 지식 전달에만 집중해온 전통적 강의 환경에서 AI의 등장은 오히려 교수자와 학생을 더 단절시키고 있습니다.
AI 도입에 따른 대학 교육의 혼란과 고충

- 교수자의 AI 활용 역량 격차 → 교수법 및 학습 격차 확대: AI 활용에 능숙한 교원과 그렇지 않은 교원 사이의 역량 격차는 큰 문제입니다. 디지털 혁신에 민감한 일부 교수들은 이미 AI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상당수 교수자들은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와 AI 이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AI 교수자 역량 차이는 곧바로 학생들의 학습 경험 격차로 이어집니다. 어떤 수업에서는 첨단 AI 도구를 접하며 협력적 문제해결을 경험하는 반면, 다른 수업에서는 여전히 전통적 강의와 과제만 제공되어 학생들이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기회가 적습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 91.7%가 과제나 정보검색에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도 AI 활용 능력 차이에 따른 학습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됩니다. 결국 교수자 대상 연수와 지원 부족이 교수법 격차를 낳고, 이는 학생들의 공평한 학습 기회에도 영향을 주는 상황입니다.
- 수업 설계·평가·활동 계획의 어려움: 많은 대학들이 AI에 대한 원칙적 가이드라인을 가지고는 있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수업에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실행 지침이 부족합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국내 대학 131곳 중 71.1%는 AI 관련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고, 가이드라인이 있더라도 대부분 선언적 문구에 그쳐 교수 재량에 맡기는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일례로 “생성형 AI를 수업에 활용할지 여부는 교수자 판단에 따른다”는 식의 포괄적 지침만으로는, 개별 교과목 차원에서 과제 설계나 평가 기준을 세우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AI 수업활용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해도 AI 활용을 금지할지 부분 허용할지 전면 허용할지 등에 대한 세부 기준과 활용 방법에 대한 조언이 부족하여 교수자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특히 학칙이나 학업 윤리 기준과 연계된 부분 – 예를 들어 학생이 AI를 쓴 것을 어디까지 부정행위로 볼지, AI가 생성한 내용을 과제에 쓰면 어떻게 표기시킬지 등 – 에 관해 대학 차원의 통일된 지침이 없으면 교수마다 기준이 달라 혼선이 불가피합니다.
- 부서·전공별 산발적 도입 → 대학 차원 전략 부재: 현재 각 대학 내에서도 단과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AI 활용에 대한 접근이 제각각입니다. 일부 학과(예: 공학, ICT 계열)는 AI 활용에 적극적이고 교과과정에도 변화를 주는 반면, 다른 일부 학과(예: 인문사회 계열)는 표절 시비 등을 우려해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거나 소극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부서별 편차 때문에 한 대학 안에서도 일관된 정책이 부재하며, 학생들은 어느 수업에서는 AI를 쓰면 감점이 되지만 다른 수업에서는 권장되는 식의 혼란을 겪습니다. 실제로 2023년 채팅GPT 등장 초기, 일부 교수들은 AI 활용을 학문적 부정행위로 간주한 반면 학생들은 “나만 안 쓰면 손해”라고 여겨 몰래 쓰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대학 차원의 명확한 원칙 없이 교수 개인에게 맡겨진 상황에서는 이러한 혼선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교수학습센터 입장에서도 AI 활용이 어떤 교육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가시적 전략이 없다 보니, 재정 지원이나 제도 개선 노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요컨대 대학 전체를 아우르는 AI 교수학습 혁신 전략의 부재가, 곳곳에서 단절적인 시도와 비일관적 정책을 낳고 있습니다.
많은 교수자들은 “AI 수업에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토로합니다. 이는 AI 활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AI가 작동할 수 있는 교수법과 평가 구조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AI의 잠재력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수업 방식·평가 방식·교수 문화 전반의 재설계입니다.
대학별 AI 활용 교수법 혁신 시도
AI를 활용한 일부 사례에서는 다른 결과도 보입니다. 실제로 한 교수는 AI 도구를 수업 내 상호작용의 촉매로 활용했습니다. 그는 AI를 통해 학생들의 사전 학습을 유도하고, 수업 시간은 토론과 프로젝트 중심 활동으로 전환해 매주 과제를 다루며 심화 학습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온라인 토론과 퀴즈 등 상호작용 활동도 더욱 쉽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AI 활용이 단순히 기술 도입이 아니라 수업 설계 자체를 재구성할 때 비로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연세대학교: AI 활용 가이드 정립과 교수-학습 상호작용 혁신

연세대학교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대학 차원의 AI 활용 지침을 마련하여 혼란을 줄이고자 한 사례입니다. 연세대는 2024년 5월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2025년 9월에는 교수자를 위한 생성형 AI 활용 지침을 업데이트하여 배포했습니다. 이 지침에서는 각 수업별로 생성형 AI 도구 사용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수립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의계획서에 해당 수업의 AI 도구 활용 정책을 명시하도록 하여 전면 금지, 제한적 허용, 전면 허용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고, 각각의 경우에 따른 구체적 활용 예시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시험 및 과제에서 AI 사용을 허용할지와 그 범위를 사전에 결정해 공지하도록 하였고, 만약 허용 범위를 벗어나 AI를 사용하거나 사용 사실을 누락·허위 기재하면 학문적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는 엄격한 기준도 명시했습니다. 이러한 연세대의 가이드라인은 교수자들이 AI를 수업에 도입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을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도 어디까지가 허용선인지 투명하게 알려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연세대학교는 한편으로 교수-학습 혁신을 위해 대학 차원의 실험과 도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연세대는 25년부터 AI-기반 협업 플랫폼 ALLO를 도입 후 교내 수업에 적용하여, 교수-학생 간 상호작용 강화와 학습자 참여 증대를 위한 디지털 수업 환경 전환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실제로 ALLO가 도입된 강의에서는 “수업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와 학생이 하나의 캔버스에서 동시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시각화하며 토론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학생 참여도와 성취도가 향상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강의 중 제기되는 질문·의견·참여 기록이 캔버스에 자동 축적되면서, 수업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학습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교수자 혼자 준비하던 수업 구조가 학생 주도 협업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연세대는 이러한 실험을 통해, AI와 데이터 기반 협업 도구가 교수법 혁신의 실제 동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2. 서강대학교: 실질적 AI 활용 지원 프로그램

서강대학교는 교수학습센터(CTL)를 중심으로 AI를 활용한 교육 혁신을 적극 실행에 옮긴 대학입니다. 서강대 교수학습센터는 2025년 하계학기에 AI 기반 학습 지원 플랫폼 2종을 새롭게 도입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플랫폼 ‘풀리 캠퍼스(Pulley Campus)’는 학생들의 기초 학력 진단과 개별 보충학습을 지원하는 도구로, 수학·영어 등 기초과목에서 학습자의 수준을 분석하고 맞춤형 학습을 제공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두 번째 플랫폼 ‘알로(ALLO)’는 팀 활동에서 아이디어를 실시간 시각화하고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협력학습 도구로서, 특히 중대형 강의에서 소그룹 활동 관리와 실시간 피드백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이를 통해 서강대는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과 협력학습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서강대의 혁신 포인트는 단순히 AI 도구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수자 대상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했다는 점입니다. 교수학습센터에서는 새 플랫폼 도입과 함께 교수자들이 각 교과 특성에 맞게 AI 플랫폼을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수업 설계 및 운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우수 활용 사례는 교수법 특강 형태로 공유했습니다. 실제로 AI 활용 수업 사례를 소개하는 교수법 특강을 열어, 새로운 도구 사용법뿐 아니라 교수법 개선 방안을 교수들이 함께 논의할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실질적 지침 부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강대 교수학습센터의 이러한 움직임은 대학이 중심이 되어 AI 교수자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우수 사례의 확산을 장려한 것으로, AI 도입 초기의 혼란을 줄이며 대학 차원의 일관성을 확보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해외 대학 사례: 명확한 정책과 활용 장려
AI 활용에 대한 혼란은 비단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해외 주요 대학들은 비교적 빠르게 대응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북미와 유럽의 유수 대학들은 과목별 AI 활용 정책을 세분화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함으로써, 교수자와 학생 모두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AI를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 미국 하버드대학교: 하버드는 “모든 학생이 생성형 AI에 능숙하다고 가정하고 그에 따라 기대치를 조정해야 한다”라는 원칙하에, 대학 차원의 AI 수업 정책을 세웠습니다. 구체적으로 각 과목을 세 가지 범주(△AI 사용 ‘제한’, △일부 과제에 사용 권장, △모든 과제에 사용 권장)로 구분하여, 교수자가 자신의 강좌에 맞는 정책을 택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모든 과제에서 AI 사용을 권장” 하는 수업이라면, 예를 들어 언어교육에서는 AI 음성 도구를 활용해 회화 연습을 시키거나, 철학 수업에서는 AI가 만들어낸 주장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과제를 부여하는 식으로, AI 활용 자체를 학습목표의 일부로 설계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버드는 AI를 금지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업일수록 그에 맞는 과제 디자인을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이 AI와 함께 학습 역량을 키우도록 유도합니다.
- 미국 코넬대학교: 코넬대의 가이드라인 역시 “생성형 AI는 모든 학생이 결국 적절히 쓰는 법을 배워야 할 도구”라고 전제합니다. 이에 따라 AI를 맞춤형 연습문제 풀기, 고차원적 사고 및 분석 활동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권장하며, 학생들이 AI를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체 영역을 제시합니다. 다만 코넬은 동시에 “에세이 작성 등 글쓰기에서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창의성, 독창성과 같은 핵심 학습 성과가 위협받을 수 있다”라며, AI 활용이 허용되더라도 제한이 필요한 부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AI를 튜터나 도구로 삼되, 학습 외주화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미국 스탠퍼드·MIT·프린스턴 대학: 이들 대학은 학교 차원의 포괄 지침뿐 아니라 과목별로 AI 사용 허용 범위를 명확히 공지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수업은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또 다른 수업 들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그 사용 능력 자체를 평가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MIT의 한 코스에서는 과제 풀이에 AI 사용을 허용하면서, 오히려 학생들에게 AI와 협업하는 방법을 익혀 그 결과물을 메타인지적으로 평가하도록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교과목별 세부 방침을 정해두면 학생 입장에서도 혼란이 줄어들고, 교수도 자신의 철학에 맞게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외 다수: 영국의 주요 대학들은 AI 활용 자체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AI를 사용했다면 반드시 밝힐 것”을 요구하는 형태의 정책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나 에세이에 AI의 도움을 받았으면 각주나 별도의 섹션에 어떤 도구를 어디까지 활용했는지 명시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를 어길 경우 표절과 동일하게 간주하여 징계한다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접근법은 학생들이 AI 윤리와 출처 표기 개념을 학습하도록 유도하며, 교수자로서도 학생이 AI를 활용했는지를 투명하게 파악하여 평가에 고려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해외 대학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결국 “사용 여부” 그 자체보다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교육적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입니다. 국내 전문가들도 AI 활용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AI로 찾아낸 답 자체가 아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해 평가해야 한다”라고 조언합니다. 이는 AI 시대에 교수자가 가져야 할 새로운 평가관으로, 우리 대학들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교육 혁신 전략과 행동 방안
앞서 살핀 바와 같이, AI 시대에 걸맞은 교수법 개선을 위해서는 대학 차원의 전략 수립과 교수자들의 인식·역량 변화가 모두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전략 방향과 실천적 행동 방안(behavioral nudges)을 제안합니다.

첫째, 대학 차원의 “AI 교수법 가이드라인” 수립 및 정비: 대학본부와 CTL이 중심이 되어 각 교과에서 활용 가능한 AI의 범위와 원칙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연세대 사례처럼 학교 차원에서 AI 수업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함으로써, 교수자들이 혼선 없이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학칙과 연계하여 학업 윤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학과별 편차를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공통 원칙(예: AI 활용 시 출처 명시 의무 등)을 합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부에서도 뒤늦게 대학생과 교수를 위한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처음 마련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침과 보조를 맞추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세부 정책을 구체화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교수자의 AI 활용 역량 강화 프로그램: AI 시대에 교수자에게 요구되는 역량(AI fluency)은 새로운 교육격차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각 대학 CTL은 교수 대상 워크숍, FLC 등을 통해 AI 교수법 연수 프로그램을 체계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수자들이 프롬프트 기획, AI 도구 선택 및 적용 사례를 직접 실습해 보는 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종사이버대의 한 학과에서는 한 학기 동안 6회에 걸친 교수법 연구 모임을 통해 AI·SW 활용 교수법을 공유하고 교육 품질 제고에 성과를 낸 바 있습니다. 이러한 Faculty Learning Community 모델을 오프라인 대학에서도 도입하여, 동료 교수 간 베스트 프랙티스 공유와 멘토링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면 좋을 것입니다. 특히 초기에는 소수 교원이라도 파일럿 수업을 운영해 보고 그 경험을 나누도록 독려함으로써, 성공 사례를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셋째, 데이터 기반 학습 분석과 교수-학습 피드백 체계 구축: AI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학습 행태 데이터를 보다 쉽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으므로, 러닝 애널리틱스를 교수 지원에 도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강의 관리 시스템(LMS)과 연계한 AI 튜터나 학습 분석 대시보드를 도입하면, 학생들의 강의 참여도, 질문 패턴, 과제에서의 AI 활용 정도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교수자가 자신의 수업을 객관적 데이터로 성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피드백 루프를 마련하면, 학습활동 데이터 부족으로 인한 불안을 줄이고 교수평가에 대한 신뢰도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수 교수법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평가체계 개선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AI 활용을 통한 교수-학습 개선 노력과 그 효과를 정량·정성 지표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넷째, 단계적 도입과 내부 합의 도출: 대학 구성원들이 AI 활용에 대해 갖는 입장 차를 줄이려면, 성급한 전면 도입보다 단계적 통합 전략이 유효합니다. 한꺼번에 모든 수업에 AI를 적용하기보다, 학문 분야별 시범수업 → 학과별 권장 모델 개발 → 전교적 확대의 단계적 로드맵을 그려보십시오. 예를 들어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에세이 작성 보조로서의 AI 활용을, 이공계열에서는 코딩/문제풀이 튜터로서의 AI 활용을 1단계 시범 도입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 학습효과 변화 등에 대해 교수·학생이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정례화해야 합니다.
다섯째, 교수-학생 간 새로운 협업 문화 조성: 마지막으로, AI를 계기로 교수와 학생 간 상호작용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합니다. 교수자는 문제를 함께 토론하는 활동으로 전환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AI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AI에게 맡기고, 그 위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작업(비판적 분석, 응용, 토론 등)에 교수와 학생이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수자는 수업 전 “AI에게 먼저 물어보기 금지, 인간의 아이디어부터 공유”와 같은 새로운 규칙을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 역시 AI를 학습 파트너로 삼되, 무작정 답만 베끼지 않고 스스로의 사고과정을 거치는 연습이 필요함을 강조해야 합니다. 교수자는 이런 과정을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올바른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제 제출 시 AI 활용 여부를 밝히게 하고, AI와 본인이 한 역할을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장치들이 모여 신뢰 기반의 교수-학생 협업 문화가 형성될 때, 비로소 AI는 교육의 동반자로 정착할 것입니다.
작게 시작해보는 변화
AI 시대 대학교수법 혁신의 출발점은 학교 전체의 시스템이 아닌 실제 강의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 작은 실험 시작하기: 다음 학기에 한 과목, 한 과제부터라도 AI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해보십시오. 예를 들어 토론 수업 전에 자료 조사를 하도록 유도한다든지, AI 도움을 받아 초안을 작성하고 수업 시간에 토론으로 완성시키는 활동 등을 소규모로 도입해 보는 것입니다.
- 동료와 경험 공유하기: 학기 중 또는 종강 후에 교수법 개선 워크숍을 진행해 보십시오. AI 활용 수업을 시도한 교수들의 후일담을 듣고 교훈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면, 실패담도 성공담도 모두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이럴 땐 이렇게 할걸” 등의 깨달음을 나누는 과정에서 CTL도 현실적인 지원책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 학생 의견 묻기: 정기적으로 학생들과 AI 활용에 대한 공개 대화를 가져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어떤 수업 활동에서 AI가 도움이 되었는지, 어디서 문제를 느꼈는지 생생한 피드백을 줄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수업 방식을 조정하면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도 함께 높아질 것입니다.
- 정책 제안 참여하기: 교수자와 관리자분들께서는 학내 AI 활용 지침이나 제도 개선 논의에 적극 참여할수록 좋습니다. 각 대학의 TFT나 포럼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옵니다. 필요하다면 타 대학의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하되, 우리 학교 문화에 맞게 커스터마이즈 된 전략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올바른 도구와 파트너 선정하기: 끝으로, 어떤 도구가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하는지, 외부 업체와는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최대한 많이 이야기 나눠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부 도움 없이 내부적으로만 진행한다면 속도와 방향성 모두 잘못될 확률이 높습니다. 대학에서 AI를 활성화시켰던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있다면 외부 도움을 받아 확실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의 혼란과 시행착오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작은 성공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오는 시대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AI는 교수자와 학생 모두를 위한 도구일 뿐, 목표 자체가 아닙니다. 결국 대학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의 성장이며, AI는 그 여정의 조력자입니다. 활용 방침과 전략이 갖춰지면, 남은 것은 실행입니다. 이제 혼란을 넘어 혁신으로, 각 대학의 지혜를 모아 교수법 개선에 나설 때입니다. 함께 한 걸음씩 실천해 보며, AI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등교육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합니다.

Sourc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