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대학이 빠르게 교수학습을 혁신할 수 있었던 이유
팬데믹 이후 대학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열풍이 거세졌지만, 정작 현장의 실질적 혁신은 더딘 상황입니다. 교수진과 교육 공학자들은 “이제는 데이터 기반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 지원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단편화된 시스템, 불충분한 데이터 활용, 제때 이뤄지지 않는 학습 진단, 부족한 IT 예산과 인력 등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어느새 교육 현장에는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부터 각종 비정규 교육 플랫폼, AI 도구, 영상 강의 플랫폼까지 기술 도구는 넘쳐나지만,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따로 놀고 있는 것이죠. 그 결과 산재된 데이터를 모아 교육 데이터 기반 수업 설계에 활용하는 사례는 드물고, “디지털 전환”의 구호와 달리 교수와 학생들은 여전히 아날로그식으로 고립된 섬처럼 상호작용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사각지대에 놓인 교수-학생 상호작용
오늘날 대부분 대학은 LMS를 비롯해 다양한 교육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의 99%가 LMS를 운영하며, 교수의 85%가 LMS를 사용하고 56%는 매일 활용할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높은 도입률 이면에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각 시스템이 서로 따로 분리되어 “데이터 사일로(silo)"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죠. 실제로 설문에서는 고작 41%의 교수자만이 LMS를 학생과의 상호작용 증진에 활용한다고 답했습니다. 대부분은 LMS를 단순 공지나 자료 배포용으로 쓰고, 정작 시스템 간 데이터 연계나 통합 활용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교수-학생 상호작용 데이터의 부재는 심각합니다. 전통적인 대면 강의에서는 학생의 표정이나 질문 빈도 등 정성적 신호를 교수자가 파악할 뿐, 이것이 데이터로 기록되진 않습니다. 과제를 제출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도 LMS 내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이메일, 대면으로 흩어져 로그가 남지 않습니다. 요즘 많은 수업이 LMS를 쓴다고 해도, 위에서 보았듯 과반의 교수자들은 LMS를 주로 자료 업로드나 성적산출 등 행정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토론 포럼, 퀴즈, 설문 같은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경우는 적습니다. 그 결과, 학습 참여도나 이해도에 관한 데이터는 얻기가 힘듭니다. 강의 중간에 이해도 체크 퀴즈를 LMS로 낸다든지, 학생 간 포럼 상호작용 데이터를 분석한다든지 하는 시도는 예외적인 사례일 뿐, 대부분 수업의 학습 여정은 블랙박스처럼 가려져 있고, 교수자는 학기말 시험이나 돼서야 “아, 이 학생이 많이 놓쳤구나” 하고 깨닫게되죠.
또한 비정규 교육 활동 데이터도 사각지대입니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비교과 프로그램, 실습, 스터디 모임 등의 참여와 성과 데이터가 연계되어 수업에 환류(feedback) 되는 경우도 보기 드뭅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창업 동아리에서 뛰어난 프로젝트를 했어도, 정규 교과목 교수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이는 학생의 전체 성장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중앙대학교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개발한 맞춤형 진로 설계 플랫폼 ‘e-Advisor’는 학사 성적뿐 아니라 비교과 활동, 출결 등을 모두 통합 분석하여 학생별 맞춤형 학업설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학생의 전공·교양 과목 이수 패턴과 비교과 활동 경향까지 종합해 “학생 성장 통합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데이터 기반 학업·진로 설계를 도와줍니다. 이러한 시도는 교육 데이터 기반 수업 설계와 지도에 한 걸음 다가선 사례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수의 대학에서는 아직도 교수와 학생의 교류 내용이 체계적으로 기록·분석되지 못한 채, 교육 현장의 데이터 공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데이터 활용 미흡은 “디지털 전환”의 슬로건과 실제 교수·학습간 괴리를 낳고 있습니다. 대학이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혁신을 이루려면, 먼저 수집할 데이터를 명확히 정의하고 질문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모으고 무엇을 알고자 하는가?”를 분명히 한 뒤, 그에 맞게 시스템을 통합하고 분석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교수-학생 상호작용, 학습 참여, 학습 결과에 이르기까지 학습 여정의 데이터를 남기고 활용하는 문화가 자리잡힐 때, 비로소 데이터는 교육혁신의 첫 걸음이 시작될 것입니다.
반복되는 실패: 예산과 IT 역량의 한계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한 대학들은 앞다투어 새로운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에 착수하곤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규모 IT 사업의 실패담이 적지 않습니다. 맥킨지와 옥스퍼드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대형 IT 프로젝트의 70%는 목표 달성에 실패하며 평균적으로 예산은 45% 초과, 일정은 7% 지연되고, 기대 가치의 절반 정도만 실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대학 경영자는 “내가 보기엔 대학들의 현실은 이 숫자보다도 비관적”이라고까지 평했습니다. 실제로 대학 현장에서 필자가 접한 사례만 해도, 통합 학사행정 시스템 구축이 1년 넘게 지연되고 수억원의 예산이 추가 투입된 경우, 신규 LMS 교체 사업이 교수들의 반발과 요구사항 폭주로 스펙(scope)을 축소한 채 겨우 마무리된 경우 등이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우선, IT 인프라와 전문 인력의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많은 대학은 전담 IT팀의 인원이 제한적이고, 이마저도 교내 네트워크 관리나 PC유지보수 등 운영 업무로 벅찬 상태입니다. 새로운 통합 플랫폼을 도입하려 해도, 이를 설계·검증하고 유지보수할 인력이 부족합니다. 외부 업체에 맡기자니 예산 압박이 따르고, 정부나 재단 지원 없이 대학 자체 예산으로 수억~수십억 원을 들이는 결정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학생 수 감소로 재정이 어려운 중소규모 대학일수록 디지털 전환 투자 여력이 거의 없습니다. EDUCAUSE 보고서는 “규모가 작은 대학일수록 데이터와 분석 도구의 도움으로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것이 필수 투자임을 역설하지만, 정작 그런 대학들이 가장 투자 여력이 없는 역설이 존재합니다. 결국 예산 부족으로 프로젝트 범위를 축소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둘째, 체계적 기획 부족과 이해관계자 참여 미흡이 성공을 저해합니다. 종종 대학의 IT 사업은 특정 부서 주도로 급하게 이뤄지며, 정작 이를 사용할 교수자·학생 등의 의견 수렴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요구사항 누락이나 엇박자가 생겨 추가 개발이 반복되고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한 사례로, A대학은 수십억을 들여 차세대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교무처, 학생처, 교수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초기 오픈 후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사용자가 뭘 필요로 하는지 처음부터 묻고 갔어야 했다”는 후일담이 나왔습니다. 이런 협업 부재는 결국 시간·비용 낭비로 직결됩니다.
셋째, 단기적 성과 압박과 일정 밀어붙이기 관행입니다. 대학 행정은 보통 방학이나 연말 등 짧은 기간에 시스템 전환을 몰아서 하려 합니다. 예산 연도에 쫓겨 무리한 일정을 계획하고, 검증이나 교육을 희생한 채 밀어붙이면 품질 저하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서둘러 오픈한 시스템은 잦은 오류와 사용자 불편으로 “안 하니만 못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결국 예산·인력 부족과 미숙한 프로젝트 관리가 맞물려 디지털 혁신의 좌절을 반복하는 셈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대학 경영진이 디지털 전환을 단순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기보다, 우선순위를 정해 모듈별 단계적 혁신을 추진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예산이 충분치 않다면, 먼저 LMS와 연동되는 학습분석 대시보드 같은 핵심 요소부터 도입해 작은 성공을 거둔 뒤 이를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아울러 교외에서 경험있는 전문가들을 통해 컨설팅을 받고, 사용자 교육과 의견수렴에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없이 시스템만 바꾸면 혁신은 허상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적 강의 방식의 함정: 보이지 않는 장애물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주로 기술적·관리적 장벽이었습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대학 교육의 전통적 패러다임 자체가 디지털 혁신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합니다. 수십 년 간 이어져온 강의중심, 교수자 중심의 교육 모델이 데이터 활용과 맞지 않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일방향 중심의 교수법이 문제입니다. 강의실에서 지식이 교수→학생으로 흐르는 기존 모델에서는 학생의 활동 데이터가 거의 남지 않습니다. 교수자는 지식을 전달하고 평가만 할 뿐, 학생들이 어떻게 배우는지에 대한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즉 학습 과정 그 자체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반면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이나 플립러닝과 같이 학생 참여가 중심이 되는 수업은 질문, 토론, 피드백 등의 데이터 포인트가 풍부하게 발생합니다. 결국 현재의 강의 위주 수업을 데이터 생성이 일어나는 학습활동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아무리 시스템을 도입해도 모을 데이터가 없습니다. 학습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수업 설계 단계부터 데이터를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수업에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성장을 보려면 어떤 활동 데이터가 필요할까?”를 고민하고 토론 게시판이나 에세이 과제를 배치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통적 강의 모델에서는 이러한 설계 마인드가 부재하여, 결국 디지털 도구도 단순 강의영상 제공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학위 중심의 이수 구조다. 대학은 학점과 학위라는 거대한 단위의 결과물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 때문에 중간 과정의 미세한 학습 데이터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학생들도 “일단 학점만 따면 된다”는 사고로 과정 데이터 축적에는 관심이 낮았다. 그러나 향후에는 마이크로 크레덴셜이나 역량 증명 등이 중요해지면서, 특정 교과목 내에서 학생이 획득한 세부 역량이나 활동 포트폴리오가 데이터로 남는 것이 가치 있게 될 전망이다. 전통 모델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학생들은 정작 취업이나 평생교육에서 필요한 세밀한 학습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셋째, 교수자의 역할 변화에 대한 담론 부족입니다. 디지털 시대 교수자는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는 이런 논의보다는 “AI가 교수 역할을 대체할까?” 같은 극단적인 질문만 부각되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교수자는 어떤 데이터로 수업을 개선할 것인가?”, “학생 데이터를 해석하는 윤리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통 모델에서는 교수자가 자기 강의평가 결과 외에 학생 학습 데이터를 접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 리터러시에 대한 수요도 없었습니다. 결국 교수자들의 데이터 활용 역량 개발이나 문화도 정체되는 악순환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의실 경계에 머무르는 시각입니다. 대학 교육은 이제 강의실뿐 아니라 온라인, 현장실습, 국제교류 등 학습 공간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전통적 모델은 강의실 안 활동만을 중시했지만, 이제는 캠퍼스 전체, 더 나아가 디지털 공간 전체가 학습 환경입니다. 이를 포괄적으로 보지 않으면 데이터도 단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 데이터(동아리, 기숙사 활동 등)도 성공적인 학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전통 모델에서는 이런 데이터를 전혀 수집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전체 학습 경험을 아우르는 데이터 관점이 필요합니다.
요약하면, 우리가 흔히 기술적 이슈에 가려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대학의 오래된 강의중심 문화와 제도 자체가 디지털 혁신의 은밀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함정을 직시하고, 교육 패러다임을 디지털 친화적으로 재구조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기술 투자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데이터로 혁신하는 국내외 대학 사례
이처럼 많은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동시에 혁신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습니다. 앞서 부분적으로 언급한 사례들을 정리하며, 교육 데이터 활용과 디지털 전환에 성공적 혹은 유의미한 진전을 보인 국내외 사례 3가지를 소개합니다.
- 조지아주립대학교(미국)
조지아주립대는 학생 성공센터(Student Success)를 설치하고 약 10년에 걸쳐 빅데이터 기반의 조기경고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수백만 건의 과거 학생 데이터를 분석한 AI 모델로 현재 재학생들의 성적 추이, 등록 패턴, 수강 기록 등을 실시간 점검하여 위험 신호가 뜨면 상담원이 즉각 개입하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2003년 대비 졸업률을 23% 향상시키고, 매년 추가로 $3백만 달러(약 40억 원)의 수업료 수입 증대 효과까지 거두었습니다. 특히 소수인종, 저소득 학생들의 졸업률 격차를 해소하여 최근 4년간은 흑인 학생의 졸업률이 백인보다도 높거나 동일한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데이터 없인 개선도 없다”는 모토 아래, 데이터에 근거한 학사 지도와 제도 개선을 이뤄낸 대표적 성공 사례입니다. 이 사례는 대학 경영진이 전사적인 데이터 활용 문화를 주도하고, 초기 투자(데이터웨어하우스 구축, 상담 인력 확충 등)를 아끼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 서강대학교
서강대학교는 교수자의 수업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학습자에 대한 상호작용 극대화와 데이터 기반 진단 및 피드백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ALLO를 도입하였습니다. 교수자는 수업 중 실시간으로 학생의 질문, 반응, 토론 내용을 ALLO 캔버스 위에 기록하게 하고 있습니다. ALLO의 장점은 수업 중 발생하는 비정형 상호작용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수업 리디자인의 근거로 연결해준다는 점 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수업 주제에 대한 질문 빈도가 급감한 구간은 학생 이해도가 떨어진 것으로 해석되어, 교수자가 다음 강의에서 보완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소규모 세션을 계획하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서강대는 이러한 디지털 협업 도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COLLA(Collaborative Learning with ALLO)라는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했습니다. 하계 계절학기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ALLO를 활용한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오프라인으로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온라인 협업의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학생들은 “마치 대면 토론하는 것처럼 서로의 아이디어를 보며 토의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교수 입장에서도 팀별 산출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지도할 수 있어, 팀 프로젝트의 질 관리와 공정한 평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서강대는 앞으로도 ALLO를 다양한 교과에 확대 적용하여 학습자 중심 수업 설계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서강대 사례는 전통적인 강의 문화를 탈피하여 기술을 매개로 교수법 혁신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는 2025년부터 모든 캠퍼스에 ALLO를 정식 도입하여, 교수자와 학생 간 실시간 상호작용 구조를 수업과 비교과 활동 전반에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수업 시간 동안 ALLO에 작성한 발표 자료, 질문, 조별 토론 내용 등을 하나의 캔버스에 축적하며, 해당 자료는 교수자의 피드백과 함께 수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리마인드 및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교수자는 이 캔버스에 남은 상호작용 기록을 평가 데이터로 활용하며, 특정 학생이 수업에서 어떤 유형의 사고틀을 보였는지, 협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의 비정형 데이터 기반 진단이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모든 대학이 순탄하게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 현대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혁신 사례들은 하나같이 기존에 당연시되던 방식을 깨고 새로운 질문을 던진 이들이 있었습니다: "출석하지 않는 학생만 문제가 아닐까?", "왜 특정 과목에서만 탈락자가 많을까?", "LMS에서 수집한 클릭 데이터로 참여도를 가늠할 수 있을까?" 등. 그리고 이 질문들을 데이터로 검증해보려는 도전이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통합과 데이터 기반 문화 정착
이제 대학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과 뉴노멀 시대를 맞아 대학은 교육의 질 제고와 운영 효율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데, 그 열쇠가 바로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진단한 바와 같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우선순위와 방향은 명확합니다.

- (1)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 대학별로 흩어진 시스템을 상호 연계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이 필요합니다. 기존 LMS, SIS, 비교과 시스템 등을 완전히 교체하긴 어렵겠지만, 그 위에 데이터 레이크 혹은 통합 대시보드를 얹어 종합적인 데이터 조회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등장한 통합 플랫폼 사례로, ALLO와 같은 솔루션은 수업 중 실시간 상호작용부터 과제, 평가까지 하나의 환경에서 이루어지도록 해 데이터가 한곳에 축적될 수 있게 돕습니다. 이러한 올인원(all-in-one) 플랫폼은 교수자에게는 별도 시스템을 오가며 자료를 모을 필요 없이 원스톱으로 학생 현황 파악을 가능케 하고, 학생에게는 단절 없이 연속적인 학습 경험을 제공합니다. 설령 완전한 단일 플랫폼이 어렵더라도, 최소한 공통 데이터 표준(예: LTI, xAPI 등)을 도입해 시스템 간 데이터 호환성을 높여야 합니다. 교육부 차원에서 대학들이 공통으로 활용할 데이터 사전과 표준 지표 체계를 마련해주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 (2) 교육 데이터 활용역량 강화: 데이터 리터러시는 이제 교수자와 교육 관리자에게 필수 역량으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대학 차원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학습분석 툴 사용법, 데이터 해석 워크숍 등을 정기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자나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여, 각 교수들이 수업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AI는 양질의 데이터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처럼, 데이터 품질 개선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교수-학생의 활용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수업 후 간단한 학습자 피드백을 LMS에 남기도록 유도하고, 교수도 매 주차별 간단한 학습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상호작용을 풍부하게 만드는 문화가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도구를 활용한 강의가 좋은 결과를 낳을 때마다 그 사례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포상하여 교내에 데이터 활용의 선순환 분위기를 형성해야 합니다.

- (3) 교육 패러다임 전환과의 연계: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을 교육 철학의 변화와 연계해야 합니다. 앞서 전통적 강의 모델의 한계를 논했듯, 대학은 이제 학습자 중심, 능동적 학습, 개별화 학습이라는 시대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술은 그 변화를 돕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항상 “우리의 교수·학습 방법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큰 그림 속에서 기술을 선택해야 합니다. AI 튜터를 도입한다면 단순 질의응답 자동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교수자는 어떤 창의적 교육활동에 더 집중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학습분석 대시보드를 설치한다면, 교수자는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 어떤 결정에 활용할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기존에 파편화된 부서(교무처, 학생처, 전산팀 등)의 협력을 끌어내 프로세스 자체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 혁신과 기술 혁신의 동시 추진만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보장합니다.

한 교육 전문가의 말처럼, “사람(학생)이 대학의 혈액이라면, 데이터는 대학의 신경망”입니다. 현재 많은 대학들이 디지털 전환을 말하지만, 정작 신경망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신호를 주고받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통합되지 않은 시스템, 활용되지 못한 데이터로는 교육 혁신의 결실을 맺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대학도 이미 쌓여있는 데이터를 활용해야(data-driven), 그 답을 수업과 제도에 반영하는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습니다. 다행히 기술은 점점 성숙하고 있고, 곳곳에서 혁신의 싹이 보이고 있습니다. 남은 것은 우리의 의지와 리더십입니다.


Sources
- https://files.eric.ed.gov/fulltext/ED611199.pdf#:~:text=Lack%20of%20data%20interoperability4%20among,The%20National
- https://campustechnology.com/articles/2022/09/22/breaking-down-data-silos-to-create-a-comprehensive-view-of-the-student.aspx#:~:text=We%27re%20really%20focused%20on%20ultimately,an%20individual%2C%20even%20though%20those
- https://www.govtech.com/education/higher-ed/study-data-silos-hinder-university-improvements#:~:text=According%20to%20co,the%20most%20of%20their%20data
- https://er.educause.edu/articles/2015/6/whats-next-for-the-lms#:~:text=,to%20aggregate%20and%20connect%20content
- https://er.educause.edu/articles/2024/10/2025-educause-top-10-1-the--data-empowered--institution#:~:text=,and%20achieving%20fairness%20and%20equity
- https://er.educause.edu/articles/2016/6/avoiding-failure-with-higher-education-technology-projects#:~:text=project%20is%20one%20that%20is,say%20these%20numbers%20are%20optimistic
- https://hechingerreport.org/predictive-analytics-boosting-college-graduation-rates-also-invade-privacy-and-reinforce-racial-inequities/#:~:text=match%20at%20L493%20percentage%20point,to%20more%20than%20%2460%20million
- https://brunch.co.kr/@brunchk1wj/289#:~:text=%E2%96%B6%20%ED%95%99%EC%97%85%20%EA%B3%84%ED%9A%8D%20%EC%88%98%EB%A6%BD%3A%20%ED%95%99%EC%83%9D,%EB%B6%84%EC%84%9D%ED%95%B4%20%EC%A0%84%EA%B3%B5%C2%B7%EA%B5%90%EC%96%91%20%EA%B3%BC%EB%AA%A9%EC%9D%84%20%EC%B2%B4%EA%B3%84%EC%A0%81%EC%9C%BC%EB%A1%9C%20%EC%B6%94%EC%B2%9C%ED%95%A9%EB%8B%88%EB%8B%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