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안개

로버트 S. 맥나마라(Robert S. McNamara)가 출연한 베트남 전쟁에 관한 훌륭한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전쟁의 안개"입니다. 이전에 포드 자동차 회사의 사장이었던 맥나마라는 전쟁 중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정확하게 보고 상황을 파악한 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묘사하기 위해 “전쟁의 안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은 베트남 전쟁과 비슷한 부분이 다소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다음에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고, 계획을 세우고 조정을 해 나가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1) 급변하는 기술, 2) 전략적 지형의 변경, 3) 빠르게 바뀌는 소비자 선호도 때문에 비즈니스 리더들은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비즈니스 도처에 뿌연 안개가 걸려 있고, 이런 안개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큰 방해가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기업 지배 모델이 등장하고, 복잡성이 높은 비즈니스 환경을 파악하고 단순화하여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새로운 “기업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의 대부분은 매우 난해하고, 실무가 아닌 학문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모델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려는 대신,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실행 가능한 식견을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그 결과 데이터 생산 및 분석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증가하고 기업이 소화해야 하는 정보 시스템의 복잡성 수준은 더 높아졌습니다. 의사 결정의 복잡성을 줄이려다가 시스템과 조직 구조의 복잡성은 점점 더 증가하는 동시에 여전히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고리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

비즈니스 리더인 우리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생산성 및 참여도, 그리고 그들의 직무 만족도에 대한 내용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우리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사람들(직원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그들의 잠재력, 야망, 능력을 보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가 직원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유가 그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의 기반이 업무 명령과 통제에 대한 가시성이라는 특정한 방식으로 구축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시성은 조직과 직원간의 쌍방향이 아닌 업무 진행을 위해 리더가 알아야 할 “필요” 기반의 일방적인 정보입니다. 그러나 변동성과 복잡성이 높은 지금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이런 단편적인 가시성은 리더의 시야를 흐리게 할 뿐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업에 '안개'가 계속 끼는 이유는 우리가 처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근본적인 사실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역동적이고 변화가 가속화되고 점점 더 혼란스러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우리의 조직이 돌아가는 방식은 점점 더 네트워크화 되어갑니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슬랙(Slack)과 같은 기술툴이 급부상했습니다). 네트워크가 잘 운영되려면 지식이 분산되어야 하고, 사회적 자본이 지원되어야 하며, 정보 흐름은 하향식, 상향식, 수평식, 대각선식, 외향식, 그리고 거의 모든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에게 지금 중요하고 시급하게 확보되어야 하는 가시성은 단순히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업무에 대한 고위 경영진의 가시성뿐만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일이 ‘발생’하고 있는 현장의 중심에 있는 사람, 즉 개개인에 대한 가시성입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보고, 각 사람이 그들의 위치에서 고유한 가치를 창출해 내는 과정을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 역시 그들의 부서나 옆 부서에서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현재 진행 중인 업무에 대한 맥락과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다른 사람을 상황에 맞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이 처한 상황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이러한 가시성을 확보하게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앞에 놓인 기회와 위협을 직면하여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업무를 재조율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게 되는 위치에 가게 됩니다.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읽기 위해 필요한 가시성 정보의 근원은 각 기업 내에 존재하는 공식 및 비공식 관계인 네트워크 그 자체입니다. 직원들이 네트워크 방식으로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러한 내부 네트워크 활동을 측정하는 도구를 우리 조직에 배치하면, 불투명성에서 가시성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리더가 실행할 수 있는 액션들이 명확하게 보이게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비즈니스의 안개"가 걷힐 것입니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