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지혜' 방식을 팀 매니지먼트에 활용하다
팀의 퍼포먼스를 생각할 때는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이 모두 필요하다. 미시적 관점은 개별 관계성에 대한 관점으로 조직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상호이해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거시적 관점은 팀 전체를 파악하는 관점으로 팀 전체의 구조나 정보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미시적 관점은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각 구성원의 생각과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조직의 비전과 겹치는 부분이 최대화되도록 하는 것이 팀 운영 시 주된 대처일 것이다. 말은 쉽지만 사람의 강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높은 의사소통 능력을 요구한다.
거시적 관점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론이 있다. 특히 필자는 제약이론(Theory of Constraints)을 매우 좋아한다. 매일의 활동에서 병목 지점을 예측 및 발견하고 충돌이 생긴 부분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대중의 지혜(집단지성)에 대해 관심이 많고 배울 것이 많아서 연구 중에 있는데, 얼마 전에 읽은 “Wisdom of Crowds(대중의 지혜)”이라는 책에서 좋은 인사이트를 발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대중의 지혜”는 2005년에 출판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유명한 책으로, 한마디로 내용을 요약하면 ‘한 명의 천재보다 대중의 지혜가 더 뛰어나다’는 내용이다.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대중이 항상 지혜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며, 대중의 지혜가 발휘되기 위한 조건을 잘 정의하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은 각자 독립적인 의견을 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이 모였을 때 그것을 지혜로 발현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회사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의견을 모아 팀의 지혜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팀의 지혜를 창출해 내는 것이 리더와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이다. 다시 말하면, 팀으로서 대중의 지혜를 창출해 낼 수 있을지의 여부는 리더와 매니저가 행동하기 나름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의 지혜란 무엇인가
대중의 지혜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공유하기 위해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대중의 지혜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는 오래된 퀴즈 프로그램이다.
이 퀴즈 프로그램에서 응답자는 4지 선다의 문제를 맞히면서 점점 상위 레벨로 올라가고, 모든 문제를 맞히면 상금을 받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문제 난이도는 높아지고, 문제를 답할 때 응답자는 세 번의 ‘찬스’를 각각 한 번씩 사용할 수 있다.
첫 번째 찬스는 4지 선다 중 오답 2개 보여주기, 두 번째 찬스는 사전에 지정해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 요청하기, 마지막 세 번째 찬스는 퀴즈 프로그램 방청객 전원에게 정답을 투표하게 한 뒤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세번째 찬스가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정답과 방청객 투표 결과 중 가장 높은 득표를 얻은 선택지가 91% 비율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다른 두 가지 찬스보다 세 번째 찬스를 사용했을 때 응답자의 정답률이 높았다.
위의 예시는 매우 간단한 대중의 지혜를 활용한 사례이다. 대중의 지혜가 발현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아래의 5가지가 있다.
- Diversity (다양성)
- Independence (독립성)
- Decentralization (분산)
- Aggregation (집합)
- Trust (신뢰)
위의 퀴즈 프로그램 사례처럼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별도의 이해관계가 없고, 각각의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단순히 의견을 집약시키는 구조가 구축 가능하다 등의 조건이 갖춰진다면 비교적 쉽게 위의 5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의 기업 환경에서는 각각의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고, 복잡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의사결정이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모두가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그 관계성이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이 5가지 조건을 조직 내에서 성립시키려면, 그 복잡한 관계성과 부작용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동시에 적용 순서를 잘 생각하며 실행해 나가야 한다.
5가지 조건을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다. 5가지 조건 중 가장 첫번째이자 토대가 되는 다양성(Diversity)부터 순서대로 차근차근 쌓아가야 한다.
이제부터 각 조건들에 대한 세부 설명과 의존 관계성에 대해 설명하겠다.
다양성(Diversity)을 유지하면서 신뢰(Trust)를 높이다
진정한 신뢰관계는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그 차이를 상호 이해하고 있는 상태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존중한다면, 불필요한 합의를 이루어내거나 과도한 타협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신뢰는 감정적인 측면, 즉 상대방을 믿는 것뿐 아니라 자신과 다른 생각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스킬을 필요로 한다.
만약 다양한 관점으로 대상을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환경에서 신뢰관계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단순히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 발생한다.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모이게 되면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건강한 비판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남과 같은 행동 양식을 취하게 되는 ‘동조성’이 높은 집단이 되는 것이다.
일단 동조성이 조직 내에 형성되고 나면 그것을 부수고 다양성을 높이는 일은 매우 어려워진다. 동조성이 높은 사람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좋든 나쁘든 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동조성이 높아지면 다양성을 높이는 일이 매우 어려워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체력과 리소스가 필요해진다.
이런 어려운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은 무엇보다 먼저 조직 내에서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다. 즉, 동조성이 자라기 전에 먼저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이란 대상을 향한 인식에 대한 다양성을 의미한다. 물론 성별, 인종, 국적, 언어 등 사회적인 다양성은 사물의 인식에 대한 다양성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대중의 지혜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시각, 다른 의견, 다른 가치관이 하나의 조직 내에서 존재하고 있는 상태이다.
조직 내에서 다양성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동조성은 높아지기 어려워진다. 그 상태에 도달하면, 다양성을 유지하고 동조성은 높아지지 않도록 의식하면서 이제 신뢰를 높여갈 차례다. 신뢰를 높이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제로 구현해 내기는 매우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리더십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 구성원들의 가치관이나 의견의 차이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음을 나 자신이 즐김으로써 그 차이가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존중되고 다양성이 유지되면서도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신뢰(Trust)를 기반으로 분산(Decentralization)와 집합(Aggregation)를 구현하다
다음 단계는 ‘구조화’다. 위의 퀴즈 프로그램 사례처럼 투표제로 다수의 의견을 쉽게 모을 수 있다고 하면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비즈니스 환경 내의 조직 활동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은 훨씬 복잡하다.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한 변수가 매우 많고 유일한 정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기계적으로 뭔가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마지막에 누군가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복잡성과 변동성이 높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1명의 리더가 모든 것에 대해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조직 내에 계층을 만들어 권한을 이양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각 부서나 팀의 리더가 관리하는 모든 범위에 대해 항상 혼자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것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매일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팀의 리더가 아니더라도 “가장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누가 가장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바로 적절한 권한 이양이다. 다만 단순히 권한을 넘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그 사람에게 정보가 흐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집합(Aggregation)이다.
그리고 가장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정보가 모일 수 있도록 집합(Aggregation) 구조를 만들려고 하면, 조직은 점점 네트워크화되어간다. 왜냐하면 판단이 필요한 주제별로 최적의 정보 흐름이 결정되면, 단순히 계층적 구조에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가 다중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형 조직은 계층적·중앙집권적인 조직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 정보의 흐름과 의사결정자가 결정되는 구조이며, 이것이 좋은 분산(Decentralization)의 상태이다.
단, 이 네트워크형 조직 구조에서는 신뢰(Trust)가 대전제이다. 한 명의 최고위층 리더가 아니라 주제에 맞는 적절한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팀이 전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조직 내 신뢰 관계 존재 여부에 달려 있다. 만약 신뢰 관계가 없다면, 정보는 흐르지 않고 단절되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가 모이는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또한 누군가를 신뢰하고 업무를 맡기는 일이 사라지고 부정적인 분산(Decentralization),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결정하지 않는 상태에 쉽게 빠져버리게 된다.
요약하면, 신뢰(Trust)는 구조를 만드는 단계이다. 집합(Aggregation)과 분산(Decentralization) 구조가 만들어져야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이 구조가 정립되면 비로소 팀으로서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을 조성한 후 독립성(Independence)을 유지하다
독립성(independence)은 각각의 사람들이 독립된 의견을 가지고 필요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상태로, 대중의 동조 압력 등에 의해 자신의 의견을 바꿀 필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모든 구성원이 다양한 안건에 대해 독립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는 조직의 다양성(Diversity)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의견을 공개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는 신뢰(Trust)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신뢰(Trust)가 낮으면 남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주장하는 다양한 의견을 적절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분산(Decentralization)과 집합(Aggregation)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의견들이 올바르게 모이고 적절한 사람에게 전달되어 활용되는 구조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사람들이 독립된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활용하기가 어렵다.
만일 내가 어떤 의견을 주장해도 그것이 적절한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적절하게 활용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사람들은 서서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포기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 팀에 입사한 사람이 처음에는 아주 독특한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독특한 아이디어를 더 이상 말하지 않게 되는 것은 흔히 목격되는 일이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의견들이 집약되고 적절한 사람에게 도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다양성(Diversity)과 마찬가지로 한 번 내려간 독립성(Independence)은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때에는, 정도와 깊이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의견을 이해하고 판단해서 실행과 성과를 낼 책임과 각오를 가져야 한다. 만약 그러한 각오 없이 일단 의견을 들어보기만 하면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의견을 말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상만 남기는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 있다.
즉, 다양성(Diversity), 신뢰(Trust), 집합(Aggregation), 분산(Decentralization), 이 4가지 요소가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독립성(Independence)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리더나 매니저가 팀을 올바르게 대하는 자세가 항상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조직 내 건강한 독립성(Independence)은 탄탄한 네트워크망과 구조가 모두 갖춰진 후에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독립성의 하위 조건들과 독립성을 방해하는 요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립성은 형성되기는 매우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 그 조직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나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강한 팀이 될 것이다. 또한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한 가치관, 생각, 의견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높은 유연성을 가진 팀이 될 것이다.
글을 마치며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 책에서 설명하는 대중의 지혜가 발현되는 조건들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토대를 마련하지 않고 상위 조건을 먼저 해결하려고 하면 해결이 안 될 뿐 아니라 부작용이 생기고 해결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제일 하위 조건부터 하나씩 정성스럽게 쌓아 올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지혜를 모아서 팀 전체의 지혜로 승화시키는 것은 리더나 매니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보면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매우 많아 보이지만, 사실 정말 해야 할 일은 매우 단순하다. 그때그때의 상황과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정말 필요한 것만 적절한 시기에 진행하면 된다.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 책에서 설명하는 5가지 조건과 각 조건들의 의존관계를 고찰하는 것은 팀을 매니지먼트할 때 지금 우리 조직에 필요한 액선의 순서와 내용을 정리하는데 유용한 프레임워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