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을 8년간 그려온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의 창작 비하인드

'왕좌의 게임'을 8년간 그려온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의 창작 비하인드

2011년에 시작해 2019년 까지 무려 8년 동안 수많은 팬을 사로잡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 시즌 8까지 이끌 수 있었던 웨스테로스의 거대한 세계관 뒤에는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요?

오늘은 '왕좌의 게임'을 8년간 그렸던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윌리엄 심슨 (William Simpson)의 인터뷰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실제 촬영장에서 혹은 그 이전부터, 스토리보드는 상상속의 글이 실제 스크린으로 만들어지는 데 있어 청사진 역할을 합니다. 특히 드라마 '왕좌의 게임'처럼 복잡한 프로젝트일수록 스토리보드의 도움이 절실하죠.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근간이 되는 웨스테로스의 세계관 또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윌리엄 심슨 덕분에 그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그는 존 스노우가 다이어 울프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거대한 블랙워터의 전투까지, 실제 드라마로 구현될 수 있게 생생하게 스토리보드를 그려냈습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심슨의 손을 거쳐 스크린 영상으로 만들어진 셈이죠.

작업 중인 왕좌의 게임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윌리엄 심슨 (이미지 출처: HBO)

스토리보드의 목적

심슨은 "스토리보드는 창의적인 도구인 동시에 현실적인 도구"라고 이야기 합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스토리보드는 해당 장면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카메라는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등장인물과 사건은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보여지고 움직여야 하는지 등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해야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게 해주죠.

반면,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미리 제작상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각 장면에 필요한 비용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복잡하면서 대사가 없는 장면일수록 스토리보드가 실제 촬영에 꼭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장면은 미리 스케치해보지 않으면 현장에서 많이 헤맬 수 있거든요. 스토리보드 덕분에 제작진은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책 [Game of Thrones: The Storyboards]

실제로 그와 제작진은 스토리보드를 통해 많은 리소스가 필요한 장면 10개를 더 간단하고 적은 리소스의 장면 3개로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심슨은 "스토리보드는 최고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 모든 사람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스토리보드의 역할을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즉, 스토리보드는 단순히 장면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스토리보드 단계에서의 협업하는 방법

심슨의 스토리보드 작업은 대본을 받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가끔은 바로 스케치를 시작할 수 있을만큼 대본을 읽자 마자 머릿속에서 영화 필름이 상영되는 것처럼 이야기와 관련된 이미지들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감독과 만나 대본에 대해 먼저 상의한다고 해요. 어떤 앵글을 원하는지, 어떤 접근 방식을 원하는지, 캐릭터를 위에서 보여줄지, 뒤에서 보여줄지, 광각으로 잡을지, 클로즈업으로 잡을지, 미디엄 샷으로 잡을지 연출에 대해서 논의하고, 해당 스토리에서 집중적으로 보여주고싶은 내용이 있는지 감독의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한 후에 스토리보드의 썸네일 스케치를 채우기 시작합니다.

이미지 출처: 책 [Game of Thrones: The Storyboards]

그 다음 썸네일 스케치를 더 디테일하게 수정하고, 포토샵으로 스캔한 후에 각 스케치마다 번호(Scene No.)를 매깁니다. 이렇게 스토리보드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때그때 다른데, 여느 콘텐츠 제작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장면이 얼마나 많은가, 수정 사항이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스토리보드도 버전별로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다듬어 나가는거죠.

'왕좌의 게임'에서는 보통 10개 대본을 작업하는 데 6개월 정도 걸렸고, 시즌 8의 경우 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CG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많을수록 스토리보드의 역할이 작아질 것 같지만 실제로 CG가 많아질수록 스토리보드 작업량도 많아졌습니다.

스토리보드로 캐릭터에 디테일 더하는 방법

심슨이 스토리보드 작업할때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입니다. 모든 스토리보드 작업에서 해당 장면에 나오는 캐릭터를 자신과 동일시하려고 노력하죠. 이를 통해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작업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얻었습니다.

"이야기 속 모든 것, 모든 창조물은 하나의 캐릭터이자 개성을 지녔어요. 저는 사람, 드래곤, 화이트 워커를 표현하는 데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전부 캐릭터에 충실해야 하니까요. 제 스토리보드에는 장면 속에 가능한 한 많은 감정을 담으려고 해요. 그래야 모든 제작진이 해당 장면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거든요. 명확해야 해요. 사실 저는 그림에 극적인 감정을 담는 걸 좋아해요. 딱히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가 없어요."
이미지 출처: 책 [Game of Thrones: The Storyboards]

감독은 스토리보드를 보고 장면을 어떤 분위기로 연출할지 구상할 수 있어요. 어디에 카메라를 둘지, 어떤 구도로 찍을지 등이 한 눈에 보이니까요. 배우들도 캐릭터의 심정을 더 잘 이해하고 연기에 반영할 수 있죠.

특히 대사 없이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라면 스토리보드의 도움이 더 커져요. 섬세한 표정 연기나 몸짓이 중요한데, 이런 게 그림으로 잘 표현되어 있으면 배우가 훨씬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거든요.

카메라팀 역시 스토리보드를 보고 촬영 계획을 짜는 데 도움을 받아요. 떨림 없이 안정적으로 촬영해야 하는 장면, 빠르게 움직이며 찍어야 하는 장면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죠.

이렇게 스토리보드 하나로 제작진 모두가 같은 그림을 그리며 촬영에 임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마치 지도를 보고 목적지로 향하는 것처럼요.

한 명의 팬으로서 즐거웠던 스토리보드 작업

심슨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고 '왕좌의게임'의 빅 팬이었습니다. 시즌당 최소 6개월이 넘는 작품을 8년동안 할 수 있던 이유죠.

이미지 출처: 책 [Game of Thrones: The Storyboards]

심슨은 블랙워터의 전투, 킹스랜딩 폭동, 존 스노우의 얼음 절병 등반 등 여러가지 스토리보드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지만, 그 중 단연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시즌1의 첫 장면이라고 합니다. 나이트 워치 부대가 시체 더미가 있는 야영지에서 처음 화이트 워커를 만나는 순간이 본인은 물론, 수많은 시청자들을 시즌8까지 끌고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놀라운 서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는 마무리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는 스토리보드 템플릿

지금까지 '왕좌의 게임'의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윌리엄 심슨의 스토리보드 작업 방식과 인터뷰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스토리보드 퀄리티와는 별개로 그의 작업 과정에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바로 스토리보드 스케치를 시작하기 전 감독과의 논의 과정과 이후에 스토리보드를 공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인데요. 감독과 한 공간에서 함께 작성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면 스토리보드 협업 과정도 훨씬 매끄럽게 진행됐으리라 생각합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스토리보드
Juan 님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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